미국 이민 준비는 언제부터?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미국으로 나올 계획을 하고 계셨다.  그때는 꿈을 안고 미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 형제초청으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던 우리 가족은 부푼 꿈을 안고 있는 셀 수 없는 이민자들 사람들과 함께 보이지 않는 줄을 섰다.   

우선 미국에 가기로 했으니,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고 여긴 부모님은 영어 공부를 하기 시작하셨다.  정철영어 테이프 세트가 집으로 들어왔고, 민병철 영어, 오성식 영어 등등 그때그때 핫 하다는 영어 책들은 집에 다 들어왔다.  아빠는 한 손에 워크맨을 들고 출퇴근을 하셨고, 엄마는 영어 학원에 등록을 했다.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셨던 건지 우리집에는 주한미군 방송인 AFKN이 하루 종일 틀어져 있었고, 영어신문이 배달되었다.  종일 영어가 들리던 집안, 40년도 더 전에, 미국이란 나라에는 가 본적도 없는 집에서 이 정도의 영어노출이 영유아기 때부터 이루어진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세서미스트리트를 보고 자랐고, 일요일 아침이면 아빠랑 같이 앉아 가제트 형사를 영어로 봤다.  딸만 셋인 딸부자집의 아이들은 같은 듯 다른 영어환경에서 자랐다.  영어 교육이 중요했던 엄마는 극성을 떨어 나를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던 사립초등학교로 보냈다.  그때부터 우리집에는 영어 비디오 테이프가 들어왔고, 숙제가 있으니 어린이 영어테이프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재잘재잘 영어를 따라하고 있던 내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동생들은 나보다 더 영어에 많이 노출이 되 었을거다. 

계획적이었던, 그게 아니었던 노출이 도움이 안 된건 아니었다.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올 때까지 영어 공부를 따로 해 본적이 없었다.  학교 시험공부를 따로 해 본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능 영어를 공부해 본적도 없다.  단 한번도 공부해 본적이 없었어도 영어는 수능모의고사를 포함 늘 만점이었다. 발음도 선생님들이나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이 “너 미국에서 몇 년이나 있다가 왔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좋았다.   

그럼, 같은 환경? 어쩌면 나 보다 더 많은 노출을 경험하고 지냈던 동생들과 나는 똑같이 영어를 했을 까?  그렇지 않다. 나는 언어학자도 아니고, 교육학 전공자도 아니다.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영어 노출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아이들마다 언어 발달 능력에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한거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중언어자 아이들을 봐도 그렇다.  어떤 아이들은 영어는 영어대로, 한국어는 한국어대로 아무 문제없이 흡수하여 구사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이도저도 배우지 못해서 고생을 하곤 한다.    내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많은 분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엄마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으니, 우리집에서는 엄마와는 영어로 대화를 하고, 아빠랑은 한국말을 해서 우리 아이는 당연히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영어를 잘 못 한다.   수많은 것들을 잘 할 수 있지만, 언어는 우리 아이의 탈란트가 아니다.   

여러 아이들을 오래 가르치다보면 딱하고 보일 때가 있다.  미세한 발음과 억양의 차이를 들을 수 있는 아이, 그 차이를 또 직접 구연 해 낼 수 있는 아이들도 있다.  반면에 미세하지도 않은 차이점을 알려주기 위해서 혀 모양까지 보여주며 열 댓번을 해도 안 들린다는 아이들도 있다.   본인은 다르게 발음한다고 하는데도 그게 안 되면 얼마나 맘이 아픈지 모른다.    어떤 아이들은 외우기를 잘 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단어들을 외우고, 그걸 바탕으로 튼튼한 문해력과 독해력으로 위에 모든 걸 상쇄해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대체 노출을 해야 한다는거냐, 말라는거냐? 

영어환경 만들어주기?  좋다.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맹신은 안 된다.  우선 내 아이를 잘 파악해서 아이가 내가 제공하는 영어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맹신하지 말자.  맹신하는 순간, 우리가 바라던 결과가 우리가 원하던 때에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실망하고, 아이에게 이 모든것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아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영어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조기유학 #미국이민준비 #영어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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