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져 보자

뱃속에 아이와 함께하면서 엄마들은 수 많은 그림을 그린다. 생긴 모습부터, 우리가 상상력을 총 동원해 아이의 미래를 그린다.  아이를 만날 날이 다가오면서,  엄마들은 단 한 가지를 바란다.  건강하게 만 태어나 달라고…..

문제는,  이 맘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 다는 거다.  낮인지 밤인지, 내가 눈을 뜨고 있는 건지 감고 있는 건지,  밥을 먹기는 한 건지,  그렇게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시간들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착각에 빠진다.

‘옴마야~ 우리 아이 천재인가봐~~’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었다.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이었다. 알록달록 장식이 되어있던 학습지 선생님들의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아이는 정말정말 풍선 강아지를 가지고 싶어했다.  그 풍선 강아지를 얻기 위해선 나의 개인정보를 넘겨야 했고,  그렇게 학습지 선생님은 체험판 학습지들과 패드를 들고 우리집을 방문하셨다.   한글 공부를 말씀하시던 선생님께 눈을 한껏 치켜 뜨고 나는 말했다.

“한글은 떄 되면,  스스로 알아서 하는거 아니에요?  저도 아이 아빠도 그랬는데.”

학습지 선생님은 웃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한글을 힘들어 한다고 이야기했고,  우리 아이도 그런 아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참 많이 기분 나빠했던 것 같다.  우리 천재에게 그런 소리를 하다니.  뭐 그런 마음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까지 한글 떄문에 아이와 씨름하며 전쟁을 치루게 될지.  

영어도 비슷하다.   엄마들은 영어를 될 수 있으면 빨리 노출 시키고 싶어한다.  우리 아이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대다수의 엄마들이 했던 것처럼 학교에서 지루하게 영어를 배우는 대신,  언어로 습득하기를 바라며 영어 동요를 종일 틀어주고,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엄마표 영어를 검색하며 입시 때도 안 했던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다.

제법 영어 동요를 따라 부르며 궁댕이를 씰룩 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는 생각한다.

‘역시 우리 아이는 천재였어. 이 분 언어 천재인걸? ‘

아이가 만 3살이 되면서,  엄마는 고민에 빠진다.  어린이집에 가야할까?  유치원? 아니면 영어유치원?  어디로 가야하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영어프로그램은 얼마나 잘 되어있지?  몇일에 한번 있지?  그래도 영어유치원이 나을까?   비용과 효율성을 따지면서 고민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영어를 하는 시터를 구할 수는 없다.  수요가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어지는 곳이 한국이 아니던가.  영어유치원이 아니여도 아이들이 영어를 접할 기회는 차고도 넘친다.  영어발레, 영어쿠킹, 잉글리쉬에그 같은 아이들을 위한 영어놀이 프로그램 등등 모두 즐겁게 놀이로 영어를 접할 수 있다.  

많은 엄마들은 영어가 그렇게 놀이로, 문화로 아이에게 스며들고 자연스럽게 발화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흘러 아이는 5학년이 된다.  갑자기 엄마들은 똥줄이 탄다.  영어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놀면서 배웠으면 좋겠다던 엄마들이 아이들을 잡기 시작한다.  6학년이 되기전에 중등영어 준비를 해야하고,  체계적인 문법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오면서,  내가 여태까지 뭘 하고 있었던건지 싶어 불안해진다.    놀이처럼 한 영어 공부에서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중학교 가기전에 이 구멍들을 잘 정리해주지 않으며 대학 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거 같아 겁이 덜컥난다.   그래서 갑자기 영어 교육의 방향을 확 바꾼다.  입시와 내신을 위한 영어 공부의 시작이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왜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는가?  구굴 번역기가 이렇게 잘 돌아가는데,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MBC의 인기프로그램 “태어난김에 세계 일주”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여행지의 현지인들도 그리고 여행자들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지만,  그들은 새로운 문화속의 일상을 즐기며 친구를 만든다.  정말 엄마는 아이가 원활하게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고 세상을 알아가며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즐기게 해 주기 위해서 영어를 가르치는가?    그것이 엄마가 원하는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조금은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영어교육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지만,  우리는 아이를 위한 영어교육의 로드맵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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