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은 바쁘다.
한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 중 안 바쁜 아이들이 있을까? 심심할 때 아이들의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자란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 아이들은 심심할 틈이 있을까? 아이가 아무것도 멍하니 있으면 엄마는 불안하다. 놀아줘야 할거 같은 기분이다. 그냥 놀아주는거 말고, 교육적인 무엇인가를 찾아보려고 한다. 보드게임이 좋다고 하던데, 책이라도 읽지 왜 저러고 있나 싶다.
나는 아이를 늦게 가졌다. 친구들은 이미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군에 아이를 보낸 친구들도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한참 전에 친구들이 그랬다. “어렸을 때 책 많이 읽어줘. 4학년 넘어가면 책 읽을 시간도 없어.” 무슨 아이들을 그렇게 힘들게 키우냐고 생각했었다. 휴가를 와서도 구몬을 잔뜩 챙겨오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근데, 이제 내가 4학년을 지나, 5학년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이제야 그 말들이 이해가 간다.
5학년은 정말 바쁘다. 할 것이 산더미이다.
교과 과목이 확 늘어난다. 학교에서 늦게 온다는 것은, 엄마가 원하는 공부를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과목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외워야 할 것들도 많아진다. 학교 공부가 늘어나기만 하면 다행이게?
아이가 갑자기 학생회 임원이 된다. 5학년이면 전교 어린이회에 들어갈 수 있거든. 그래…. 리더쉽 중요하지. 주위 엄마들이 잘 되었다고 좋겠다고 부러워도 하고, 칭찬도 한다. 하지만 엄마는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 어린이회는 점심 시간에 열린다. 밥 먹고 뛰어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짬짬이 잠시라도 할 수 있는 공부시간이 날아가는게 보인다. 집에서 해야 하는 것이 늘어난다.
5학년이 되면, 저학년때는 참여 할 수 없었던 학교 동호회에 참여도 가능하다. 그냥도 바쁜 일상인데, 아이가 방송반에 들어갔다. 방송반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한다. 수업 전 아이들이 책 읽고, 공부할 준비를 하는 시간에, 방송을 하러 가서 앉아 있어야 한다. 특별활동 매우 중요하지. 근데 가뜩이나 아침 잠 많은데,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하고, 할 것은 산더미인데 스케쥴 조정을 어찌해야하나 싶다.
결국에는 체력 싸움이라고 해서, 운동도 시킨다. 어려서부터 시켰던 운동들은 이제는 유소년단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되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어떤 운동이던 이정도 나이가 되면, 어느정도 연습 시간이 확보 되어야만 하는 상태가 된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악기하나는 해야지 정서 발달에 좋다고 생각해서 시작을 했던 악기가, 어느정도 아이가 크면 수행평가 대비용이 된다. 미술도 그렇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이 할 것은 점점 늘어만 난다.
대입을 준비하기전에 조금이라도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엄마들은 선행을 시킨다. 수학만이 아니라 영어도 여기에 포함이 된다. 영어라도 하나 끝내 놓으면, 영어 원문이라도 술술 읽어 갈 수 있으면, 나중에 입시 마라톤에서 아이가 달리다가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래서 5학년이 되면 중등 영어문법을 시작한다. 5학년, 많은 엄마들의 학습의 초점이 입시로 맞춰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온전히 매일매일 학교를 충실히 즐기고 있는 아이 앞에서, 그 충실함이 불안한 엄마는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어디로 달려야 하는가?